'멈춰진 시간'에 해당되는 글 6건
그녀의 세계기담집 - 그녀에게 더 이상 그는 과거의,현재의, 시간의 단어로는 함축할수 없는 사람... :: 2008/03/27 20:27
그녀에게 더 이상 그는 과거의,현재의,
시간의 단어로는 함축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시간의 단어로는 함축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내게는 운명이라는 이름을 붙혔어도 모자란 듯한 느낌의 사람이, 인연이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에 이유를 갖다 붙힐수 없는 것 처럼. 그저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조금 안타까운. 그러한.
그 아이가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그 아이의 가슴이 마악 꽃봉오리처럼 솟아올라,
조금이라도 스치는 손길이나 몸짓에 신경을 잔뜩 곤두세워야 했을 때 즈음 였었던 듯 하다.
아쉽게도 그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좋지 못해서 혹은 그의 얼굴을 한번도 제대로 쳐다 볼 수가
없었던 탓에 그 날의 주변풍경 밖에 잘 기억하지 못한다. 밝디 밝은 남반구의 태양이 내리쬐던,
영화에서 보았던 것만큼이나 한산하며 - 끝없이 이어진 흑색모래사장과 간간히 볼수 있었던 낯설기만 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낚시꾼들.
그리고 그 속에서 처음소개 받은 같은 언어를 쓰던, 사람들.
이것이 아이가 기억하는 그 남자, 아니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이였다.
사람들은 어느 누군가와의 마지막 대화를, 마지막 모습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이것이 마지막이다-라고 작정을 하고 나서는 이별의 날이라던가, 먼 곳으로 이미 작별의 준비를 마친 후가 아닌다음에서야,
우리는 당연하게 다음번, 다음이란 것을 생각하고 있으며, 믿어버리기에 마지막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때문에.
그 아이에게 그 사람과의 '마지막'역시 그랬다. 곰곰히 십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와의 마지막 만남이 어디에서 였는지
혹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고자 하지만 그 시도는 매번, 안타까운 한숨과 함께 번번히 실패했다.
그래서 아이는 그와 찍었던 유일한 사진을 찍은 그 날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주변의 인연으로 알게된 사이고, 하물며 낯선 땅의 유학생이란 신분으로 다른이의 도움이 있어야지만 만날수
있었던 사람이기에,
그렇게 그 사람은 매우 안타깝고 고마운- 그러한 사람으로 기억의 창고에 넣어졌다.
그 아이가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그 기억해 내기 힘들었던 마지막 만남이 있고 몇년 후의 일이였다.
그와의 첫 만남이 그랬던 것처럼, 또 한번의 '출국 준비' 를 위해 나갔던 거리에서 그렇게나 사람 많기로
유명한 명동이란 거리의 북적이던 칼국수 집에서.
영화에서처럼 서로를 첫눈에 알아보고 달려가 안기는 그런 장면을 기대했다면 그랬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실 그는 가게에 들어올때부터 자신을 알아본 그 아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의 첫만남때 그는 이미 성장기를 마친, 어른에 가까운 모습이였고, 소녀는 겨우 아이의
모습을 벗어날 때 즈음이였으니까.
그래서 더 이상 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은 소녀와 정면으로 마주친 그 때, 반가움의 말 보다는 그저 조금은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이젠 더 이상 어리지 않아보이는 이성의 누군가에게 하는 고개인사를 하고선 그렇게
함께있던 이의 손에 이끌려 제대로 된 대화 한마디하지 못한채 그렇게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이것이, 두 사람의 두번째 만남의 기억이다. 이렇게나 상세히 기억할 수 있는 것도,
그 만남이 있던 날 소녀가 집에 돌아와 맨 먼저 한 일이라면 옛 일기장을 꺼내어 그 사람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그 날의 페이지 껴넣으며 기록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행기로 12시간 정도 떨어졌던 남반구의
작은 나라에서 햇살이 너무 밝은 여름에 만났던 그들은, 그렇게 춥고 북적이는 명동의 어느 거리에서 다시 만났다.
어쩌면 이 두번째의 우연이 가져다 주었던 날의 기억도 벌써 잊혀질 수도 있던,
그저 살면서 수천번, 아니 수만번 겪게 되는 만남과 헤어짐의 기록이었을 테지만.
그와의 인연의 작은 실타래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 것이라면,
그 후로 정확히 일년 후의 일 때문일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새 천년을 기대하며 Y2K니 뭐니, 세상의 모든 컴퓨터가 멈춰버릴지도 몰라 - 하며 웅성이던 그때.
파리의 에펠탑에 설치된 거대한 형광판이 한자리의 D-몇일을 번쩍일 때 그 남자와 훌쩍 커버린 소녀는 만났다.
두꺼운 옷 만큼이나 양손 잔뜩 선물을 든 사람들이 북쩍이던 그렇게나 혼잡했던 영국 히쓰로 공항에서-
그렇게 우연하게도 혹은 그렇게 필연적이게.
북적이던 사람들을 피할 수 있던 유일한 황금자리였던 구석진 벤치에 앉아서 그저 계속해서 바뀌는 커다란
'출국' '입국'보드에 씌여지는 비행기들의 기록표를 보고 있던 소녀는, 어느 순간 자신에게 향해진 시선을 느끼고,
호기심에 그 시선을 따라 지친 몸을 천천히 돌렸을 때. 그렇게도 거짓말 처럼이나 그.가 서 있었다.
그저 기억속에서나, 낡은 일기장을 들쳐볼때나 존재 하던 그러한 사람이였기에 어쩌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다, 소녀가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버린것은, 자신의 몸보다 더 많은
선물을 들고 바삐 걸음을 향하던, 분명히 좋은 아빠일 것이 분명하게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그 많은 선물과 함께
그녀에게 부딪혔을때였다.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못하고 있던 그의 표정이 변하고 놀라서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그 모습을 보고서는.
그리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드라마에서 처럼, 읽었던 소설에서 나오는 운명의 상대가 있다면
어쩜 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놀란 표정으로 그녀에게 향하던 그를, 어디에선가 나타난 그의 친구가 낚아채 반대방향으로 뛰기시작 하였다.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부산히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더 이상 그가 구분되지 않을만치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또 다시 볼수 있을거라는 믿음이였다. 그러니, 그 때엔 분명히 물어보리라-
오늘, 그가 프랑스로 향하는 그 기차를 놓쳤었는지에 대한.
수 많은 언어가 들리던 그 공간에서 한국어는, 그녀의 귓가에 그 무엇보다 더 또렷히 들렸으니까.
4년의 시간사이에, 그들은 그렇게 지구의 남반구의 여름속에서, 한국의 늦가을에서,
유럽의 한겨울에서 만났으니 다음이 언제가 될지언정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는 그 다음번엔 꼭 저 사람을 잡아보리라-라며.
그 3번의 만남이 4년이란 시간을 두고 있던 것이라면 그 4번째 만남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미 그녀가 되어버린 그 소녀에게 그는 이미 기억의 아득한 망각속에 버려진,
하나의 추억이 되어버렸었음을 인정해야 할 때 즈음.에 그는 그 망각속에 빠져나와
너무나도 생생한 '현재'로써 다시 다가와버렸다.
다름아닌 그녀의 남자친구의 기억속에서.
당시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와 스타벅스샵의 푹신한 쇼파속에 묻혀 옛 이야기를 하다 과거에서 현재로 뛰쳐나온 그-는,
남자친구와 꽤나 오래 알고 지낸 사이로써, 덕분에 그녀는 몇번의 만남과 헤어짐속에서 전혀 알지못했던
그 동안 그의 사정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몇년전 그녀가 그랬듯, 집에 돌아와 낡은 상자속에 있던 오래된 일기장에서 다시한번 그의 사진을 꺼내
그 날의 일기장- 그 페이지에 다시 한번 껴넣었다.
그렇게 그는 또 다시, 또 그렇게 그녀의 '현재'가 되었다.
그 날 이후, 그녀에게 더 이상 그는 과거의, 현재의, 시간의 단어로는 함축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정말이지 운명이라는 단어조차 몇년전 마주쳤던 영국의 공항에서 그 의미를 다해 버렸으며,
또 다시 만난다면 그저 순리일 뿐이라고, 운명(運命)이라기 보다는 명운(命運)이 아닐까-하며.
더 이상 커다란 놀람이 되지 않은 그와의 만남은 그 날로부터 또 몇년후가 되었고,
처음 만난 날로부터는 8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 였다.
아이-와 청소년-이였던 그날로부터 그 여자-와 그 남자-라는 수식어가 더 자연스러워진 그 날에.
결혼반지가 껴 있던 그 손이 참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던 그런 모습이 되어 참으로 신기했던 서로의 우연의
만남을 회상하며 "운명이였나봐,"라는 말을 그렇게 웃으며 할수 있게 되었던 그 날에.
그리고 그 날 그녀는 왜 그렇게나도 그를 못 잊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생에 처음으로 동경하던 상대에게 들었던,
"참 예쁘다"란 8년이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그 한마디에.
+
짐을 싸고 푸는 일을 일년에도 몇번이나, 그리고 그러한 생활을 벌써 10년도 넘게 하며 살다보니
'나의 물건, 나의 기억, 나의 추억'이라는 것들에 대한 애착이 꽤나 강한 사람이 되어버린듯 합니다.
오래 사람을 사귈 형편도 되지 못하고, 그저 짧은 시간동안 정을 붙히면 붙힐수록 느는 것은
더 큰 아픔이였던 터라 그나마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꽤나 상세하게 적은 수십권의 일기장 뿐.
덕분에 누구에겐 "좋은 기억력" 따위를 갖고 있는듯한 행세를 할수 있는지도 모르겠지요.
오랜만에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을 읽으며 내내 머리속을 헤집고 다녔던, 사람은 이 이야기의 "그"였습니다.
하루키처럼 역시 "초자연적인 현상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서, 또 딱히 운명을 믿는 편도 아니였던지라
위의 이야기(제가 겪은 실제 일이지만요)처럼 '운명'이라고 하기엔 조금 아쉽고,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운명적인 '만남'들이 어쩜 하루키에게 그랬듯이
제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것들 속에 소중히 포함될거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끝으로 너무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그의 그녀"와 행복하게 살고 계시기를 소원합니다.
'멈춰진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녀의 세계기담집 - 그녀에게 더 이상 그는 과거의,현재의, 시간의 단어로는 함축할수 없는 사람... (10) | 2008/03/27 |
|---|---|
| 멈춰진 시간 - 노을2 (19)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노을. (4) | 2007/11/23 |
| 당신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세요... (6)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그 첫번째. (8) | 2007/11/22 |
| a700 도착 (8) | 2007/11/22 |
Trackback Address :: http://www.its3am.net/trackback/259
멈춰진 시간 - 노을2 :: 2007/11/23 12:04
'멈춰진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녀의 세계기담집 - 그녀에게 더 이상 그는 과거의,현재의, 시간의 단어로는 함축할수 없는 사람... (10) | 2008/03/27 |
|---|---|
| 멈춰진 시간 - 노을2 (19)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노을. (4) | 2007/11/23 |
| 당신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세요... (6)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그 첫번째. (8) | 2007/11/22 |
| a700 도착 (8) | 2007/11/22 |
Trackback Address :: http://www.its3am.net/trackback/213
멈춰진 시간 - 노을. :: 2007/11/23 11:55
<꼭-절대. 클릭해주세요>
'멈춰진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녀의 세계기담집 - 그녀에게 더 이상 그는 과거의,현재의, 시간의 단어로는 함축할수 없는 사람... (10) | 2008/03/27 |
|---|---|
| 멈춰진 시간 - 노을2 (19)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노을. (4) | 2007/11/23 |
| 당신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세요... (6)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그 첫번째. (8) | 2007/11/22 |
| a700 도착 (8) | 2007/11/22 |
Trackback Address :: http://www.its3am.net/trackback/212
당신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세요... :: 2007/11/23 00:48
벌써 여름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당신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세요-청진기 이벤트"
한때는 저렇게 많았지만 (스탠드가 무거워했던), 녹색이 보랑이는 Hee님과 케이루스님께 갔고
련이 것.인 분홍이만 남았습니다.
a700이를 처음 들고 뭘 찍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눈에 보였던 것이 스탠드에 걸려있던,
이제는 외로워진(?) 분홍이.
한때는 저렇게 많았지만 (스탠드가 무거워했던), 녹색이 보랑이는 Hee님과 케이루스님께 갔고
련이 것.인 분홍이만 남았습니다.
a700이를 처음 들고 뭘 찍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눈에 보였던 것이 스탠드에 걸려있던,
이제는 외로워진(?) 분홍이.
'멈춰진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녀의 세계기담집 - 그녀에게 더 이상 그는 과거의,현재의, 시간의 단어로는 함축할수 없는 사람... (10) | 2008/03/27 |
|---|---|
| 멈춰진 시간 - 노을2 (19)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노을. (4) | 2007/11/23 |
| 당신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세요... (6)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그 첫번째. (8) | 2007/11/22 |
| a700 도착 (8) | 2007/11/22 |
Trackback Address :: http://www.its3am.net/trackback/210
멈춰진 시간 - 그 첫번째. :: 2007/11/22 14:51
'멈춰진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녀의 세계기담집 - 그녀에게 더 이상 그는 과거의,현재의, 시간의 단어로는 함축할수 없는 사람... (10) | 2008/03/27 |
|---|---|
| 멈춰진 시간 - 노을2 (19)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노을. (4) | 2007/11/23 |
| 당신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세요... (6) | 2007/11/23 |
| 멈춰진 시간 - 그 첫번째. (8) | 2007/11/22 |
| a700 도착 (8) | 2007/11/22 |
Trackback Address :: http://www.its3am.net/trackback/209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